
토요일에 갔었다.
살 책이 많은 몇몇 출판사는 일부러 건너뛰면서 되도록이면 덜 사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생각 이상의 돈을 지출해야 했다.
아래는 건진 것들.
브뤼트 (무료) : 상상마당과 연계된 문화잡지다. 역시나 내게 그리 효용성은 없다. 그냥 잡지 트렌드를 익히는 셈 치고 집어왔다.
이콘과 아방가르드 (19500원) : 예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책이다. 50% 할인하길래 무척 고민하다가 결국 샀다.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러시아 사상사를 공부하신 분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비잔티움, 러시아 등의 정교회에서 아방가르드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말그대로 '서유럽의 라틴적 사유를 넘어 비잔티움의 그리스적 사유로 러시아 이콘과 아방가르드를 읽는다'. 이콘과 정교회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사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적기 때문에 가톨릭보다 훨씬 철학적으로 어렵다) 상대인데다, 하이데거-들뢰즈-마리옹-보드리야르-데리다-료타르 등의 철학자들은 물론 심심찮게 유교/불교/도교 철학들을 끌어와서 설명하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거의 화보집 이상의 기능은 하지 못할 듯하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컬러삽화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을 법한 책이다.
생각의나무에서 나온 책들은 이런 식의 무지막지한 컬러화보집들과 전집들이 많아 딱 하나만 골랐다. [컴플리트 비틀즈 크로니클]은 제꼈다. 그거 읽을 시간도 없고, 설령 내가 평론가라 하더라도 그렇게 비틀즈를 자세히 알 필요도 없다.
중세, 하늘을 디자인하다 (3000원) : 일단 가격 대 성능비에서 올해 와우북페스티벌의 최고 수확. 중세 유럽과 이슬람의 지도를 통해서 문화사를 파고드는 책이다. 지도가 세계관의 투영임은 당연한 이야기. 많은 지도를 통해 중세 유럽과 이슬람의 세계관 변천과정을 보여준다. 아직도 중세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했다고 생각했다는 잘못된 상식을 믿는 사람이라면 필독할 가치가 있다. 그밖에 중세의 세계관이 궁금한 사람도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스키즈매트릭스 (10000원) : 책시장에서 산 책이다. [타이거, 타이거]가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아마 다른 분이 사가셨을 듯) 그리폰북스 2기는 별로 좋아하는 책이 없어서 거의 안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구할 수가 없었다. [타이거, 타이거]와 [멋진 징조들], 그리고 이 책은 일단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아직 사지 않았던 스키즈매트릭스를 집어왔다. [다이아몬드 시대]는 제꼈다. 번역도 그렇고 작가가 나랑 좀 안 맞는다.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파일로 밴스의 정의 (20000원) : 북스피어에서 사온 책. 다른 책들은 이미 샀거나, 읽고 나서 내 취향이 아니어서 사지 않은 책들이라. 이 책들은 2권 세트로 2만원이었다.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은 딕슨 카를 믿고 샀다. 파일로 밴스의 정의는 스카라베 살인사건과 겨울 살인사건의 합본판으로, 겨울 살인사건은 국내 초역이다. 스카라베 살인사건은 동서미스테리북스의 딱정벌레 살인사건과 동일한데, 알다시피 동서미스테리북스는 번역이 좀 문제가 있다. 합본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어차피 북스피어에서 6권으로 전집을 완간한다고 했으니 합본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형장으로의 초대 (7000원) : 살 책이 많은 출판사라서 되도록이면 이번에는 그냥 넘기려고 했던 출판사(을유문화사)인데, 신간도 30% 세일하길래 어쩔 수 없이 한 권 샀다. 나보코프의 환상소설이다. 국내 초역 완역본.
과학시대의 이성 & 테이블 (10100원) : 과학시대의 이성은 가다머의 철학에서 중요한 세 부분 중 두 번째, 과학(또는 학문)에 대한 저서이다. 하버마스, 데리다, 아도르노와 맞짱 뜬 철학자이고, 현상학과 해석학에 있어 주목할 만한 철학자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어디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
테이블은 세계문학전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선정 능력을 보여주는 책세상 문고 세계문학에 속한 책이다. 하이퍼텍스트 개념 이전에, 후기구조주의의 해체적 글쓰기가 어디까지 닿았는지를 보여준다.
판단력비판 & 인비저블 몬스터 (10100원) : 칸트의 판단력비판을 읽을 필요가 있을 듯하여 샀다. 앞부분만 번역된 책이긴 하지만, 해제가 충실한 판본이라 정리하기에는 이쪽이 더 좋을 듯했다.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읽어야겠다.
인비저블 몬스터는 척 팔라닉의 첫 번째 장편이다. 최근 다른 출판사에서 척 팔라닉의 소설이 재간되고 있지만 어차피 똑같은 번역에 가격만 비싸지는 것이므로 옛 판본을 살 수 있다면 굳이 신판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사실 서바이버나 자장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처녀작은 반드시 일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덧글
조주 2009/09/26 23:39 # 삭제 답글
인비져블몬스터! ㅎ척 팔라닉 난 서바이버가 젤 좋더라 ㅎㅎ
유로스 2009/09/27 00:05 #
사실 나도 서바이버가 제일 땡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