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엑스의 3집은 2집과 달라진 점이 몇 있다. 2집의 시도는 명확한 의도 하에 이루어졌다. 1집에서 2집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템포와 리듬, 곡의 흐름을 담고자 했던 1집과는 달리 철저하게 앨범 전체의 드라이브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점, 국내외의 타겟을 한꺼번에 잡으려는 노력과 동시에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의 장단점을 살리고자 한/영 앨범을 따로 냈다는 점, 이 두 가지 특징은 검엑스가 가진 위치에서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한계도 명확해보였다. 영어 가사에 비해 한국어 가사만으로 이루어진 Korean Album 버전은 먼저 나온 것 때문에 상대적으로 English Album보다 마스터링 상태의 질적 차이가 있었고, 또한 1집에서 화자의 상황을 구체화한 가사로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던 영어 가사를 떠올려볼 때 2집의 한국어 가사는 화자를 구체화하지도, 듣는 이의 감정을 날카롭게 후벼파지도 못한 채 적당한 드라이브감의 청량함을 살려주는 단어의 나열로만 들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이는 1집 한국반의 보너스 트랙인 '소녀'와 2집의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들을 비교하여 들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3집은 절충적인 역할을 한다. 1집에서 선보인 자신의 색깔을 발전적으로 담으면서도, 2집에서 시도한 자신의 위치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검엑스는 이에 성공했을까. 일단 검엑스의 3집은 성향적으로는 2집에 가깝다. 하지만 2집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완했다. 앨범의 구성적 측면에서, 앨범 전체의 통일성과 속도감을 살리면서도 처지는 부분이 없도록 적절히 배치했고, 영어 가사곡과 한국어 가사곡을 섞었다. 전형적인 검엑스식 곡인 'All Ends'(2집의 어떤 곡과 도입부도 같다)와, 하드코어적인 'Flower N' Shit', 미디엄 템포 발라드적인 '불필요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전처럼 생뚱맞다거나 어느 한 쪽이 느슨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앞서 말한 'Flower N' Shit'이나 'My Bassist Likes This Song' 같은, 효과적인 skit의 역할을 하면서도 나름의 곡으로서 완결성을 갖춘 노래 뒤에 나오는 '불필요한 이야기'나 '길'은 앨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 위치에 걸맞는 역할을 해낸다. 훌륭한 라디오 친화적인 곡이고, 동시에 3집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집에서 보여준 '막 나가는' 느낌이 잘 정돈된 이후로, 검엑스는 '안전한 곡'만 만든다는 생각이 들고, 이는 검엑스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니 앨범, EP 형태로 정규앨범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검엑스에게도 한국의 펑크 밴드들이 보여주는 '지나친 대중친화적 변화'의 길 외의 '다른 선택'을 통해 밴드 스스로 그어놓게 되기 쉬운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만의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전의 펑크 밴드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그저 노파심만은 아닐지도.
그래도, 검엑스 외의 다른 한국 펑크 밴드들의 신보를 들으면서 매번 느껴왔던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검엑스의 [OLD]는 '상투적'인 것들의 조합이며 '구식'의 방법론을 채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래된' 느낌보다는 '노회한' 느낌에 가깝게 다가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새로운 조합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노래들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좋은 노래는 '노회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신선하고 화려하고 세련된 노래는 가끔 새로운 활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가까이 하기엔 어렵다. 반대로 너무 달착지근하고 뻔한 노래는 바로 그래서 특별하다고 느끼기엔 어렵고, 금세 싫증이 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유행가는 결국 '상투적 노회함'의 산물이 아닐까. 사람도 그렇다. 너무 별나고 모나면 어느 수준 이상 친해지기 어려울 것이고, 너무 수더분하고 둥글둥글하면 특별하고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고 공감하기에 어려울 것이다.
친한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듯이, 나와 친한 노래를 찾기에도 어렵다. 친구의 장점이 특출나더라도 나와 맞지 않는 구석이 강하면 가까워지기 힘들고, 그럴 때는 아무리 좋은 점이 끌려도 그 껄끄러운 면 때문에 결국 멀어지기 십상이다. 나의 경우에, 이는 '음악취향'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상투적 노회함'을 지닌 이 [OLD]라는 친구는 좋은 점이 많고, 껄끄러운 점이 별로 없다. 이 친구의 톡톡 튀는 면을 좀 더 개발한다면 정말 멋진 녀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또 마냥 튀기만 하면 지금처럼 쉽사리 친해질 수 있었을까 싶다. 지금처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가끔은 이 녀석의 특별함을 맛보고 싶은, 내게 [OLD]라는 친구는 그런 친구가 될 것 같다.
" All Ends "
2008.05.29 Live at Shinjuku LOFT (2008 OLD JAPAN TOUR FINAL), Tokyo
" My Bassist Likes this Song + Brit&Clit "
2008.05.29 Live at Shinjuku LOFT(2008 OLD JAPAN TOUR FINAL),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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