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8집 앨범의 진짜 문제. 짧 은 생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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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앨범 문제가 나온 모양이다.

처음부터 "Part"로 나눴고, 서태지 앨범들이 보통 8~10곡 들어가니까 신곡이 두어 개 들어있겠다 라는 예측은 가능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Part가 나오고 나서 앨범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리는 예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앨범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태지의 신곡을 듣기 위해 모아이와 시크릿을 샀다.

외국에서도 싱글이 먼저 나오기는 하지만 앨범에 비해 싱글값이 싸고 서태지처럼 B-side 트랙(리믹스까지)을 전부 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싱글이 소장가치를 보장받는다. 또한 싱글이 나오고 나서 앨범이 나오는 기간이 짧고 사전에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싱글 단위로 듣고 싶은 사람들은 싱글을 사고 앨범 단위로 듣고 싶은 사람은 앨범을 사는 '선택'이 가능했는데, 서태지의 경우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Part'가 나오고 한참동안 Part의 신곡으로 활동했으니,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곡을 듣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반드시 Part를 사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서태지가 상업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건 앨범을 전부 리레코딩을 했다느니 하는 서태지빠들에게나 먹힐 변명으로 무마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상황은 싱글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리패키지에서 발생했던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초판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지만, 음악의 내용으로 놓고 봤을 때 같은 곡이 다 들어있는데다가 추가곡까지 있는 앨범이 이후에 나오게 되면 그 추가곡을 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미 그 곡이 있는 음반을 샀음에도 또 새 음반을 사야 한다. 서태지처럼 Part의 내용을 리믹스 트랙까지 다 담을 거였다면, 정말로 그냥 Part로 나눠서 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예 Replica와 아침의 눈이 담겨있는 Part3까지 내는게 옳다고 본다.(하지만 Part3를 낸다 해도 이미 Part를 낸 사람이 앨범 사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한 상태이고, Part3를 만원에 낸다면 Part1,2,3값=3만원=정규앨범 2장값=어차피 좆ㅋ망ㅋ)

개인적으로는 서태지가 이번 기획에 있어 처음부터 상업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Part로 나누어 내면서 발매기간이 지나치게 늘어졌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상업성 논쟁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본다. 나올 곡 거의 다 나온 상태에서 서태지 8집에 관한 열기 자체가 식어버린 느낌이고, 실제로 [Part: Secret]의 경우는 [Part: Moai]보다 평과 흥행 면에서 좋지 않아 반품이 밀려들 것이라는 음반업계 관계자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발표되는 선주문 판매량이 많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Part로 나눠 발매한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앨범을 다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계획에 맞게 발매시기를 조정할 수 있었다면 마케팅적으로 훨씬 나은 성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내가 불만인 것은 서태지가 Part를 발매한 이후로 싱글/EP 음반값이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거다. 내가 보기에 이건 서태지 효과인 것 같다. 어차피 서태지에 대해 음악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 내용물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은 없지만, 시장 교란에 대한 비판은 할 수밖에 없다. 붕가붕가레코드 등 인디 레이블이 실험적으로 음반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시장을 교란한 서태지의 행보를 곱게 볼 수 없다.

음반의 경쟁상대는 MP3이다. MP3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음반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여러 시도들이 진행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붕가붕가레코드의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에픽 하이나 드렁큰 타이거의 경우처럼 곡단위로 MP3를 사는 것보다 앨범을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한 경우도 있다. 특히 에픽하이와 드렁큰 타이거는 앨범 전체의 구성을 통해 음반 단위의 청취를 유도함으로써, 디지털 싱글로 급격히 이동하는 시장 속에서 앨범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서태지의 8집이 원래 어떤 의도였을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음반가격의 상승과 함께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EP앨범 시장을 흔들어놓았다. EP음반과 싱글음반 시장이 고사하게 된다면, 음반 시장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서태지의 음반가격 상향책정으로 인해 이미 다른 메이저 레이블 가격도 상승되었고 메이저 유통사를 통해 소개되는 인디 음반들도 덩달아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 유통구조에 합승해야 하는 인디가 가진 가격경쟁력과 EP/싱글 시장을 통한 접근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앞으로 더욱 인디와 메이저의 간극을 더욱 넓히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고, 음반산업 전체적으로는 EP음반과 싱글음반의 가능성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하게 만든다.


서태지의 음악적 성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 서태지 8집 앨범의 시장 교란 문제가 향후 음반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걱정이다. 만약 서태지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을 경우, 이 문제는 단지 서태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EP/싱글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현재 시장의 대세가 된 미니앨범이 다시 디지털 싱글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불공정한 수익분배문제를 타개하고자 선택된 대안인 미니앨범이 음반 시장에서 좌절된다면, 결국 대중음악은 디지털싱글이 지닌 수많은 폐해의 수렁에 다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차라리 서태지의 영향력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좋겠다. 서태지의 Part와는 달리 소장가치 높은 미니앨범들이 많이 나와서 부디 이런 내 걱정이 기우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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